‘변호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평범했던 한 변호사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조명하며, 1980년대의 시대상과 한 인간의 내면적 성장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지금 다시 봐도 가슴을 울린다.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송우석(송강호 분)은 판사 출신이지만 변호사로 전향해 부동산, 세금 등 돈이 되는 사건만을 맡으며 빠르게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는 한때의 동기와 가족들 사이에서도 ‘돈만 밝히는 속물’이라는 평을 듣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그렇게 안락한 삶을 누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에게 밥을 주던 국밥집 아주머니 최순애(김영애 분)의 아들이 불온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불법 구금되고 고문당한 사건이 벌어진다.
송우석은 처음에는 이 사건에 선뜻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문과 조작 수사, 불법적인 기소 과정이 명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분노하게 된다. 결국 그는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클 것을 알면서도 국밥집 아주머니의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는다. 그는 법정에서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울분을 토하고, 당시 권력과 검찰의 불법적 탄압에 정면으로 맞선다. 이 과정에서 송우석은 단순한 변호사를 넘어 인권의 가치를 실천하는 인물로 거듭나며, 관객에게 큰 감동을 준다.
영화는 실제 ‘부림사건’을 기반으로 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극은 진행되지만, 핵심은 한 인간이 부당함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에 있다. 송우석은 영화 초반의 실리주의적 태도를 벗고, 점점 인간적인 정의감과 도덕적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는 관객에게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묻게 만들며, 단순한 법정극 이상의 깊이를 제공한다.
‘변호인’이 가진 강력한 울림은 그 시대적 배경에 기인한다. 영화는 1981년을 전후한 대한민국의 군부 통치 시기를 그리고 있으며, 유신 체제 붕괴 이후 전두환 정권이 막 권력을 잡은 때의 혼란과 억압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시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며 지식인과 학생들을 탄압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부림사건’도 그 일환으로 발생한 실제 사건이다. 단지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청년들이 체포되고 고문당했으며, 조작된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영화는 단순한 법정 드라마를 넘어, 인권과 자유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특히 검찰과 경찰, 법원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정권의 하수인처럼 움직이는 모습은 그 시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법정에서 조작된 자백과 거짓 증거를 바탕으로 한 공소장이 낭독될 때 관객은 분노하게 되고, 송우석의 항변은 단지 극 속의 대사가 아니라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절박한 외침으로 느껴진다.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법이 어떻게 권력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더 나아가 영화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본질에도 질문을 던진다.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조인이 체제에 순응하거나, 방관하는 순간 법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 시기 법조인들의 침묵은 부당한 국가폭력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이런 시대적 현실 속에서, 영화 속 송우석의 선택은 단지 한 명의 행동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바랐던 정의의 상징이 되었고, 관객들은 그를 통해 희망을 보게 된다. 이런 배경은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고 현실감 있게 만든다.
‘변호인’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관객의 기억에 남는다. 법정에서 국가보안법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피고인을 변호하는 송우석의 모습은 단지 한 변호사의 열변이 아니라, 억압된 시대를 향한 국민의 목소리였다. 그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정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극적 장면이 아닌 실존 인물의 실제 어록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더욱 큰 감동을 준다.
영화가 끝난 후 남는 여운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대한 자문이다. 오늘날에도 권력의 남용, 표현의 자유 침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변호인’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영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경고이자 격려로 작용한다. 시대는 바뀌어도, 정의와 인권을 위한 외침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메시지는 오래도록 남는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점은, 영화 속 송우석이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또한 처음엔 돈을 좇던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는 해야 할 선택 앞에서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용기와 선택이 결국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힘이 되었고, 관객은 그것을 통해 진심으로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변호인’은 지금 다시 봐도 울컥하게 만드는 결말을 지닌 영화이며,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잊지 않게 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