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3 (Marvel Cinematic Universe: Phase Three) 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11년간 이어진 히어로 서사의 집대성이다. 타노스에 의해 우주의 절반이 사라진 이후, 남은 어벤져스가 시간 여행을 통해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고 전 우주를 구하기 위한 최후의 전투에 나선다. 이 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감동적인 캐릭터 아크, 그리고 시리즈의 수많은 떡밥 회수를 통해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인피니티 워 직후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작된다. 타노스는 인피니티 건틀렛으로 우주의 절반을 제거한 후 은둔에 들어간다. 남은 어벤져스 멤버들—토니 스타크(아이언맨),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 브루스 배너(헐크),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 토르, 로켓, 그리고 새로운 인물 캡틴 마블은 타노스를 추적하지만, 이미 스톤은 파괴된 상태다. 절망과 상실 속에서 5년의 세월이 흐른다.
어느 날, 양자 영역에 갇혀 있던 스콧 랭(앤트맨)이 우연히 현실로 돌아온다. 그는 양자 영역을 통한 시간 여행 가능성을 제안하고, 이를 계기로 남은 어벤져스가 과거로 돌아가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는 ‘타임 하이스트’를 계획한다. 각 팀은 다른 시점의 MCU 영화 속 주요 사건으로 파견되며, 그 과정에서 기존 팬들에게 친숙한 장면들이 재구성된다.
과거로 떠난 영웅들은 저마다의 도전과 마주한다. 토니는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조우하며 감정을 정리하고, 토르는 어머니 프리가와 만나 자신감을 회복한다. 클린트(호크아이)와 나타샤는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비극적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나타샤는 결국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소울 스톤을 확보한다.
스톤을 모은 후 브루스 배너는 인피니티 건틀렛을 제작하고, 헐크의 힘으로 스냅을 실행해 사라진 존재들을 복원한다. 하지만 과거의 타노스가 이 계획을 눈치채고 현재로 쳐들어오면서, 어벤져스 본거지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다. 원래 시간선의 모든 히어로들이 복귀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 전투가 펼쳐진다. 최후의 순간, 토니 스타크가 타노스와 군단을 사멸시키는 스냅을 감행하고 자신은 그 대가로 목숨을 잃는다. 이 장면은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2008년 ‘아이언맨’부터 시작된 MCU의 11년, 총 22편의 작품을 집대성하며 슈퍼히어로 영화 장르의 역사적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특히 이 영화는 영화 산업과 팬덤 문화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개봉 당시 전 세계에서 팬 이벤트, 마라톤 상영회, SNS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졌으며, 영화 자체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시대적 배경 면에서 ‘엔드게임’은 포스트-인피니티 워 시대의 혼란과 희망을 동시에 그린다. 타노스의 ‘스냅’ 이후 세계는 상실과 공허로 가득하고, 히어로들은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는 21세기 초반 대중문화에서 ‘영웅의 실패’라는 테마와 맞물려, 보다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히어로 서사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의 절대적 승리 서사가 아니라 상처 입은 공동체의 회복 서사라는 점에서 엔드게임은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영화는 MCU 페이즈 4 이후의 전개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 토니 스타크의 죽음, 캡틴 아메리카의 은퇴,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들의 암시는 앞으로의 마블 세계관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페미니즘과 다양성 측면에서도 캡틴 마블, 블랙 팬서, 새로운 히어로들의 활약이 부각되어, MCU가 시대 흐름에 발맞춘 진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엔드게임은 결국 ‘가족’, ‘희생’, ‘연대’라는 보편적 테마를 통해 글로벌 관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었다. 시대적 맥락에서 보았을 때, 2010년대 후반 대중문화가 거대한 프랜차이즈 서사를 어떻게 정리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결말은 MCU 역사상 가장 감동적이고 의미 깊은 순간으로 꼽힌다. 토니 스타크는 “나는 아이언맨이다”라는 마지막 대사와 함께 타노스 군단을 소멸시키며,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서 자신의 길을 완성한다. 그의 장례식 장면에서는 MCU 전 캐릭터들이 등장해 시리즈 전체에 대한 헌정과 작별의 의미를 담아낸다. 팬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울림 깊은 엔딩이었다.
스티브 로저스는 스톤을 원래 시간으로 돌려보낸 뒤, 젊음을 되찾지 않고 사랑하는 페기 카터와의 평범한 삶을 선택한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인물이 영웅으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을 되찾았음을 상징한다. 그의 방패를 샘 윌슨(팔콘)에게 넘기는 장면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감상적으로 ‘엔드게임’은 액션, 감정, 팬서비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걸작이다. 3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과 감동이 끊이지 않으며, 관객의 감정을 끝까지 끌어올린다.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각각의 인물이 뚜렷한 서사적 비중을 가지며,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순간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특히 ‘어벤져스, 어셈블!’ 장면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전율적인 순간으로 기억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으로, 대중영화의 감정적 깊이와 산업적 완성도의 기준을 높였다. 11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열어준 이 작품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히어로들의 희생은 끝났지만, 그들이 남긴 메시지와 영웅적 정신은 앞으로도 팬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