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 필요한’은 화려하지 않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지나쳤던 감정들을 조명하는 영화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외로움과 치유의 가능성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 대신 조용한 울림을 택했고, 그 선택은 오히려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 별에 필요한’은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서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얽히는 과정을 따라간다. 주인공은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30대 남성 ‘현수’. 과거 직장에서의 트라우마와 가족 간 단절로 인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던 그가 어느 날, 아르바이트로 우연히 마주친 ‘수연’이라는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수연은 사회복지사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충을 듣고 돕는 일을 한다. 그녀 또한 밝은 겉모습 뒤에 마음속 공허함과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다.
영화는 이 둘이 서로에게 어떻게 조금씩 영향을 주는지를 매우 조심스럽고도 섬세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지 조연이 아닌, 각기 다른 고립과 상처를 상징하는 또 다른 '별'들이다. 고시원에서 살아가는 청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중년 여성, 폐지를 줍는 노인까지. 그들의 삶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일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고, 영화는 이 사실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감정의 고조가 거의 없는 이 영화는 잔잔한 흐름 속에 현실의 무게를 실감나게 담아낸다. 대사보다는 시선, 배경음악보다는 침묵이 큰 역할을 하며, 시청자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현수와 수연의 관계는 로맨스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둘은 서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여정을 함께한다.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필요한 존재'란, 화려하고 특별한 이가 아니라 그저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는 단순하지만 진실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별에 필요한’이 특별한 이유는 그 배경인 서울이라는 도시가 단지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기능한다는 점이다. 서울은 수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이지만, 그만큼 고립과 단절, 경쟁과 무력감이 짙게 깔린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러한 서울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번화한 거리, 붐비는 지하철, 회색빛 아파트 단지, 그리고 반지하 방에서 홀로 컵라면을 먹는 장면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현대 도시인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
또한 영화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인간관계와 감정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 없이 자연스럽게 반영한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현수의 모습은 단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결과임을 시사한다. 수연이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그 시대의 공공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한 명의 관심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각 인물의 일상은 작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와 정서는 결코 작지 않다.
서울은 동시에 기회의 도시이자 고립의 도시다. 영화는 이 양면성을 충실히 보여주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연결되어 있나요?”라는 메시지는 영화의 명확한 중심 주제로 작용한다. 도시의 풍경은 무심하지만, 인물들의 표정과 말투는 그 무심함을 뚫고 감정을 전달한다. 영화는 서울이라는 배경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온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묻는다.
영화의 결말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현수와 수연이 완벽히 회복되거나, 극적인 변화를 겪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둘이 함께한 시간과 나눈 감정들이 서로에게 작은 변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수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고, 수연은 지쳐있던 일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관객은 이 둘의 변화 과정을 통해 '회복'이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사소한 선택과 감정의 흐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감상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하지만 진심이 있다. 과도한 연출 없이 인물들의 시선과 말투, 그리고 침묵이 이야기의 대부분을 이끌어간다. 대단한 사건 없이도 우리는 삶을 버티며 살아간다는 사실, 그리고 그 버팀의 순간마다 누군가의 존재가 얼마나 큰 의미가 되는지를 조용히 말한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별빛이 번지는 장면은 ‘이 별에 필요한 존재’가 결국 서로라는 점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관객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할 만큼 깊은 여운을 느낄 것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화려한 스토리나 유명 배우 없이도 진심 하나로 마음을 울리는 영화다. 우리 모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누군가의 곁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이 별,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당신 옆에도 그런 존재가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 영화는,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