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작품으로, 캡틴 아메리카의 기원을 다룬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약하지만 정의로운’ 한 청년이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힘의 의미와 영웅의 본질을 되짚는다. 단순한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도덕적 리더십과 희생정신을 조명한 서사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1940년대 미국, 세계가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브루클린 출신의 스티브 로저스는 병약한 체질로 인해 군 입대조차 거부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반복적으로 입대를 시도하며 전쟁터에 나가고자 한다. 그의 용기와 애국심은 초인병사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어스킨 박사의 눈에 띄게 되고, 결국 그는 인류 최초의 슈퍼 솔져로 변신하게 된다. 신체적 능력이 극대화된 스티브는 한순간에 ‘캡틴 아메리카’라는 상징적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전장에서 싸운 것은 아니었다. 군은 스티브를 전선이 아닌 무대 위에 세워 미국의 전쟁 홍보에 이용한다. 스타 스팽글 배너 복장을 입고 무대 위에서만 활동하던 그는, 실제 전투에 참가하고 싶은 열망을 억누르며 미국 전역을 순회하는 ‘스타’로 소비된다. 그러던 중, 절친한 친구 버키 반즈가 히드라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는 단독으로 적진에 잠입해 동료들을 구해내며 진정한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후 스티브는 하울링 코만도스를 이끌고 전장을 누비며 히드라를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적의 수장인 레드 스컬은 신비한 에너지 큐브 ‘테서랙트’를 통해 무기화에 성공했고, 세계 정복을 꿈꾼다. 스티브는 테서랙트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이를 막기 위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그는 점차 상징적 영웅이 아닌 실제로 싸우는 군인이자 리더로 성장해간다.
클라이맥스는 레드 스컬과의 직접 대결이다. 테서랙트를 통해 레드 스컬은 우주적 존재에 접근하지만, 오히려 그것에 의해 흡수되어 사라진다. 스티브는 거대한 비행기를 조종해 북극으로 향하고, 뉴욕을 파괴할 위협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 얼음 속으로 추락한다. 마지막 무전에서 “그 춤은 다음에 추자”고 페기에게 말하며 영화는 강한 여운을 남긴다.
스티브 로저스는 단순히 근육질의 초인이 아닌, 정의감과 도덕성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초인병사가 된 후에도 그의 내면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해진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더욱 고민한다. 스티브의 이러한 특징은 후속 MCU 영화들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며, 어벤져스 리더로서의 자질을 처음부터 드러낸다. 그의 영웅성은 힘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준다.
레드 스컬은 스티브와 정반대의 존재다. 초인병사 실험을 먼저 받은 그는 육체적으로 강화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인간성은 붕괴된다. 그의 얼굴이 붉은 해골처럼 변한 것은 내면의 타락을 상징하며, 이상보다 힘에 집착한 결과다. 레드 스컬은 히틀러의 나치조차 배신하고 자신의 조직 히드라를 세워,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독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페기 카터는 단순한 러브라인 이상의 존재다. 그녀는 뛰어난 전략가이자 군인으로, 스티브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존재는 영화 전반에 걸쳐 스티브의 인간성과 감정을 유지하게 해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 시리즈에도 중요한 정서적 축이 된다. 그녀는 ‘강한 여성 캐릭터’의 초기 모델이자, MCU에서 가장 상징적인 여성 인물 중 하나다.
하워드 스타크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아버지로, 스티브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며 테서랙트 회수, 무기 개발 등 다방면에서 활약한다. 그는 SHIELD 설립의 기반을 만들며, 영화 전체 세계관에 중요한 인물로 작용한다. 특히 테서랙트와의 연결을 통해 미래 MCU 작품들과의 연계성을 강화한다.
또한 버키 반즈는 스티브의 친구이자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다. 전쟁 중 열차에서 추락해 실종되지만, 이후 ‘윈터 솔저’로 귀환하게 될 중요한 복선이 이 영화에서 처음 제시된다. 이처럼 등장인물 간의 상호작용과 복선은 퍼스트 어벤져를 단일 영화 이상으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다.
《퍼스트 어벤져》의 결말은 단순한 전투의 승리가 아니라, 진정한 영웅이 되는 과정의 완성이다. 스티브는 테서랙트와 함께 뉴욕을 파괴할 수 있는 히드라의 비행선을 조종해, 북극 얼음 속으로 스스로 추락한다. 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수많은 사람을 구한 극적인 선택이자, ‘진짜 영웅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개인의 감정보다 공동체의 안위를 우선한다.
현대에 깨어난 스티브는 자신이 알던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서 눈을 뜬다. 닉 퓨리는 그를 찾아오고, 이후 어벤져스 계획의 일원으로 편입되며 MCU 세계관의 핵심 인물로 자리 잡는다. 이로써 ‘과거의 가치’를 지닌 영웅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서사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캡틴 아메리카의 기원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전체 MCU의 정신적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작품이다. 스티브의 인간성, 도덕성, 책임감은 이후 수많은 슈퍼히어로들의 기준점이 되며, 그는 단순한 힘의 아이콘이 아닌 ‘정의의 본질’을 구현한 상징으로 남는다. 이러한 스토리 구조는 MCU가 다른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되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퍼스트 어벤져》는 시작이자 완성이다. 전쟁과 인간성, 초인의 조건, 도덕적 선택, 그리고 진정한 리더십까지… 이 모든 요소를 담은 본 작품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며, 시리즈의 출발점으로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한 진정한 메시지는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